Expert Report 02

농가에서 메탄 저감을 해야 하는 이유

기후 위기 극복?!

생산성과 효율의 문제

Sep 21, 2022


축산업에서 메탄 저감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지구온난화’를 언급하는 것이다. 소와 같은 반추 가축들은 사료로 섭취되는 풀과 곡물을 분해하는 과정 중에 반추위 속에 서식하고 있는 메타노겐(Methanogens)이라는 고세균을 통해 메탄을 생성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온난화지수가 약 25배 정도 높다. 대기 잔존 수명이 짧은 대신 오존, 수증기 등 다른 온실 가스를 재생성하고, 분자별 최대 흡수 에너지 또한 높아 흡수할 수 있는 열의 양이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특징이 있다.


환경적인 차원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메탄을 감축해야 함은 명백하다. 다만 그 이유가 단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나 ‘인류 생존을 위해서’만이라면, 사실상 감축의 실행 주체가 될 농가에 실질적인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메탄 저감을 위해 사료나 사육 환경을 바꾸는 부담에 비해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생산성에 대한 부분은 미지수이기 때문. 그럼에도 축산 농가에서 메탄 저감에 나설 필요가 있는 걸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단순히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캠페인성 구호를 외치지는 않으려 한다. 대신 이번 [저메탄 사료 리포트]를 통해 축산물의 생산성과 연결지어 조금 더 현실적인 이유를 짚어 보겠다.


축산 업계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단지 환경 보호라는 선전적 구호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 더욱 심해질 것

기후 변화 중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은 앞서 말했던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태양열이 지구에 투사되고 반사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반사열의 일부를 흡수함에 따라 대기의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올 여름 전 세계를 휩쓴 폭염, 가뭄, 장마, 홍수, 태풍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는 이러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다.


이상 기후가 농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해 보자. 농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듦에 따라 식탁 물가가 오를 것이고, 식량을 더 가진 나라들은 자국민을 위해 수출을 규제할 것이다. 이같은 식량 위기와 무역 전쟁의 원인 또한 지구온난화로 귀결된다. 소, 돼지, 닭, 오리를 키우는 축산 업계도 이러한 경제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예년 대비 2주나 빨리 찾아온 폭염에 폐사 피해를 입은 많은 축산 농가들

여름철 폭염 특보가 발발하면 종종 가축 폐사와 관련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올해는 6월 말부터 연일 30도 안팎의 이른 폭염이 찾아 오면서 지난해보다 2주 가량 빨리 폭염 특보가 발령되었다. 빨라진 폭염에 가축 폐사 시기도 앞당겨 졌다. 가축의 집단 폐사 규모는 2018년 880만 마리에서 2019년 91만 마리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지만, 전문가들은 폭염의 발생 시기와 일수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가축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를 ‘고온 스트레스’라 한다. 인간이 그렇듯 가축도 27℃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면 혈류, 호흡수 증가 등으로 열 발산을 높이려는 생리적 기능이 촉진되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소는 반추 과정에서 발생되는 발효열이 상당해 여기에 폭염까지 더해질 경우 급격하게 움직임이 감소한다. 또한 영양분의 소화, 흡수로 인한 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사료 섭취량 자체가 줄어든다. 제대로 먹지 않으니 결국 증체량이 감소하며 생산성 저하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온 스트레스와 생산성의 관계


1) 사료 섭취량과 증체율

적정 온도에 비해 온도가 높은 경우 가축의 사료 섭취량은 11% 감소하며, 증체율은 16% 감소한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고온 스트레스는 사료 섭취량 감소에 따른 가축의 영양적 불균형과 증체량 감소를 초래한다.


2) 발정재귀일과 번식

고온 스트레스는 발정재귀일(분만 후 재발정까지의 기간)을 지연시키거나 배아 발달과 착상을 방해할 수 있다. 더불어 모체의 사료 섭취량 감소로 산유량이 감소되며 착유우에 있어서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 우리나라 7~8월과 같이 27℃를 넘기는 고온기에는 사료 섭취량이 7~12% 감소하고 이에 따른 산유량도 20~30% 감소한다.


3) 면역성

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축 역시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질병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사료 섭취량과 관련이 있다. 사료 섭취량이 줄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이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질병에 걸리면 사료 섭취가 더욱 감소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메탄으로 손실되는 에너지 줄여 유효 에너지 흡수 증대

메탄 저감의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는 사료 이용 효율에 있다. 사료의 영양가를 측정하는 에너지값인 ME(대사 에너지: Metabolizable energy)는 사료의 총 에너지로부터 분뇨 및 가스로 상실되는 에너지를 뺀 값을 말한다. 메탄으로 발생되는 분뇨 및 가스 에너지가 줄어들면 유효한 에너지값인 ME가 높아진다. ME가 높아진다는 것은, 곧 가축에게 유효하게 사용되는 에너지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난 [1차 리포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메탄은 섭취한 사료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메탄의 생성 수준에 따라 섭취한 사료의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다. 메탄 저감 기술이 적용된 사료를 급여할 경우 메탄 생성이 줄어든 만큼 메탄으로 손실되지 않은 영양과 에너지를 소가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탄 저감을 통한 환경 개선으로 축산 업계의 생산성 저하를 막는 선순환 구조 확립

축산을 통해 발생한 메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야기하고 이는 다시 가축의 생산성 저하로 돌아온다. 소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육 단계에서 건강하게 소를 비육하고, 안정적으로 축산물을 생산하기를 원할 것이다. 소가 태어나서 자라나는 환경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키워내도 결국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의 악순환에 갇히게 될 지도 모른다. 이것이 메탄 저감이 축산 업계에 있어 골칫거리가 아닌 Next step인 이유다.


2021년 발표된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보면 축산분야에서 저메탄 사료 보급 확대, 가축 분뇨 에너지 정화 처리 등 농가 차원에서 메탄 저감을 실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며 저탄소, 저메탄 축산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탄소 저감 축산물은 지속 가능한 식품의 범주 안에서 가장 개발이 많이 되지 않은 영역인 만큼 선점적으로 시장 확보에 뛰어든다면 향후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농가와 기업, 정부가 함께 메탄 저감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론의 연구와 실행에 나섬으로써 동반 성장하고 축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축산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오명도 사라지지 않을까.


[참고문헌]

1. 고온스트레스와 양계 (한국사료협회 리포트) 

2. 고온스트레스가 돼지에 미치는 영향(한국사료협회 리포트)

3. 월간 낙농, 육우(2017년 7월 사양관리 리포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백광수 집필)

4. 젖소 사양관리 (한국사료협회 리포트)



[저메탄 사료 리포트]는 그린랩스 어스와 카길이 함께합니다.

이 글은 글로벌 동물 영양 전문 업체 카길의 R&D 전문가의 검수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