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Letter 02
젖소 방귀에 160억 원을 투자?!
세계의 투자금이 탄소에 모인다
Sep 15, 2022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습니다. 질병과 기후의 위협이 일상이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투자 시장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은 이제 단기적인 효율과 성과보다 지속 가능성과 복원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며 ESG는 국가, 기업 등 사회 전반에 주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죠.

끝을 향해 가는 코로나 팬데믹, 그러나 또 다른 팬데믹의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글로벌 투자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ESG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는 최근 몇 년 사이 핵심 키워드로 조명받았습니다. 2015년 불과 60억 달러에 불과했던 글로벌 ESG ETF 운용 자산 규모는 5년 사이 1,000억 달러까지 불어났으며 도이치뱅크에서는 2030년 전 세계 ESG 투자 규모가 130조 달러(약 14경3,0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쯤이면 전 세계 투자 자산 중 95%가 ESG의 각 요소를 고려하게 될 것임을 덧붙이면서요.
ESG는 이제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ESG 평가가 낮은 기업은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되거나, ESG에 반하는 경영 활동을 할 경우 투자 회수 사유가 될 수도 있거든요.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위해 환경을 훼손하고, 노동권을 착취하는 기업은 이제 투자 가치를 잃었습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힘쓰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 기업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시대가 온 것입니다.

* 내용 출처: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도이치뱅크
투자자들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투자금을 불려서 돌려받는 것. 철저히 숫자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투자 시장에서 환경이란 썩 그리 어울리는 소재는 아니었지요. 하지만 코로나라는 팬데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 지난 여름의 전 세계적인 극한 기후를 겪으며 투자자들의 관점은 달라졌습니다. 환경 위기에 대한 대안은 곧 가까운 미래에 강력한 파워(혹은 권력)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가능하면 더 혁신적이고, 더 효과적일 것. 소의 트림과 방귀를 조절해서 메탄을 감소시키는, 그런 일 말이죠.
1(탄소 배출량)-1(상쇄권)=0, 처음부터 0 만들기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관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많은 부분이 교통과 발전 분야에 집중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축수산업을 통한 탄소 발생량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업, 육류를 생산하는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그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에 감축했을 때의 기대 효과 또한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한 사례를 살펴 볼까요. 얼마 전 빌게이츠가 설립한 투자 펀드 ‘Breakthrough Energy(BEV)’ 벤처스는 한 식품 스타트업에 1,200만 달러(약 1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주도했습니다. 이 투자자 명단에는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케빈 러브, 벤처 기업가 마크 큐번, 팝 스타 존 레전드 등 꽤 익숙한 이름도 많았는데요. 이 스타트업은 미국의 2,000개 이상의 식료품점에 유기농 우유를 제공하고 있는 ‘뉴트럴 푸드’입니다.

'젖소 방귀에 160억 투자'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홍보되고 있는 뉴트럴 푸드의 탄소 중립 유기농 우유
뉴트럴 푸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의 양이 0인 ‘탄소제로’ 우유를 판매합니다. 현재는 목장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측정해 배출량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권을 구매함으로써 탄소제로 우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30여 개 낙농가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우유의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이를 테면 젖소가 먹는 사료를 변경하거나 사료에 미역 같은 해조류 보충제를 넣어 젖소 배설물의 메탄 가스를 줄이는 실험을 하는 것이죠. 소의 배설물과 방귀를 모아 발전에 사용하는 법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투자자들은 여기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탄소 중립의 방법으로는 기업이 배출한 탄소의 양 만큼 배출권이나 상쇄권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뉴트럴 푸드는 더 본질적인 부분에 닿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미 배출된 탄소를 상쇄시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에 접근하여 그것을 기술로서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설령 이 시도가 극적인 성공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쌓인 무수한 데이터는 그 다음 스텝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 끝이 꼭 극적인 성공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도 지난 5월, 일명 ‘프로젝트 무토피아(Project Mootopia)’라는 타이틀의 탄소 중립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자사 15개 낙농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업계 평균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실험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 장내 배출 - 소화 보조제 역할을 하는 반추위 사료 첨가제와 고품질의 사료를 사용해 소의 트림을 관리
- 배설물 - 상업용 화학 비료의 필요성을 줄인 메탄 저감 기술을 통해 가축의 배설물 관리
- 농작물 먹이 - 건강한 토양에서 더 많은 풀과 다른 농작물 먹이를 재배하기 위해 토양의 탄소 격리량을 늘리고, 초원의 사용을 개선하고, 합성 물질 투입량을 줄이며, 생물 다양성을 촉진
이런 연구들의 효과가 실제로 입증된다면 벤앤제리스는 전 세계 낙농가에 그 방법을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벤앤제리스의 이 같은 혁신적인 계획을 위해 모기업인 유니레버는 930만 달러(약 100억 정도)의 투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메탄 저감 기술 개발에 돌입한 글로벌 낙농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
국내에서도 그런 시도가 필요합니다.(그린랩스 어스의 탄소 저감 소고기 '감탄소고기'처럼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많은 ‘탄소 중립’ 식품들이 실제로는 탄소를 줄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이미 배출한 탄소에 대한 배출권이나 상쇄권을 구매함으로써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소비자 입장에서 다소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또한 탄소 중립을 위한 중요한 한 축으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낙농/축산물의 생산 단계에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방법은 분명한 효과와 의의를 지닙니다.
다만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측정 가능한 과학 기술을 통해 탄소 발생량을 크게 줄이는 것, 그로 인해 축적된 데이터를 양분 삼아 마침내 지속 가능한 식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탄소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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