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Letter 01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

축산업에 탄소 저감이 중요한 이유

Sep 6, 2022


2022년 7월은, 훗날 역사에 이렇게 남을 지도 모릅니다. ‘기후 재앙의 서막’이라거나 ‘7월의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 중 하나’라고요. 평소 기후 변화에 둔감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아마 올 여름은 그 동안 겪었던 계절과는 다소 달랐을 겁니다.


세계 온실 가스 생산량의 오직 0.4%밖에 배출하지 않는 파키스탄은 올 여름 가장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올해 5월 50도에 달하는 폭염에 이어 7월엔 기록적인 홍수로 수천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재산 피해가 막대해 국가 재건에 5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유럽 대륙 심각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의 세계가뭄관측(GDO) 보고서에서는 올 여름 유럽 대륙의 3분의 2가 극심한 가뭄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500년만의 최악의 가뭄 사태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독일 웜 지역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2018년의 가뭄을 새긴 헝거 스톤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은 어땠을까요. 지난 8월 8일, 대한민국 서울의 하늘에서는 구멍이라도 난 듯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기상청의 슈퍼 컴퓨터로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115년만의 폭우’는 우리에게 막대한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끼쳤습니다. 유례 없는 기후 폭격 뒤 유희동 기상청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가올 겨울 또한 여름처럼 기상 패턴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겨울철의 ‘삼한사온’도 올 겨울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요. 올해의 혹독한 여름을 예상할 수 없었던 우리는, 아마 겨울의 위기 또한 예측하기 어려울 겁니다.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

극단적인 이상 기후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산업화와 함께 무분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일 테고요. 축산업에서 탄소 저감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15~20%(출처:FAO, EDGAR, World Resources Institute)로 결코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특히 2006년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는 내용의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여러 연구와 다큐멘터리, 환경 단체를 통해 축산업은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했습니다.


사실 국내만 놓고 본다면 실제 농축산업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 배출량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모든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톤 CO2eq로 환산했을 때 농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 수준으로 적으며, 그 중 소와 같은 풀을 먹어 소화하는 반추동물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비율은 0.7%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반추동물에서 발생하는 메탄(CH4)은 이산화탄소(CO2) 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약 20배나 높기 때문에 감축에 대한 세계적 요구가 매우 강한 상황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을 보았을 때 앞으로 축산업에 있어 탄소 저감/중립은 필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육류 소비를 금하고 모든 인류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 있을까요? 먹지 않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육류의 생산, 유통 판매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죠. 식품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중 80%가 생산 단계에서 배출됩니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는 육류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축산업에서 실현 가능한 탄소 저감 방법은?

여기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법들이 논의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축산환경개선 대책’은 축산업에서의 탄소 감축에 대한 실현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 사육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투입 요소를 최소화하는 저탄소 사양 관리 ▲ 정화 처리·바이오차·에너지화 이용 확대 등 가축 분뇨 적정 처리 ▲ 축산 악취 개선 ▲ 축산 환경 개선 기반 구축 등이 주요 쟁점입니다. 


이 중 저탄소 사양 관리는 생산 단계에서 메탄의 1차적인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탄소 사양 관리란 저메탄/저단백 사료를 개발하여 보급 확산하고, 사육 기간 단축 및 적정 사육 밀도를 관리함으로써 저탄소 사양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30년까지 한육우・젖소 사료의 30% 이상을 저메탄 사료로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저메탄 사료 외에도 약용 식물, 해조류 등 천연 소재 추출물 등을 이용한 메탄 제감제의 개발 또한 초기 단계이지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메탄 사료, 메탄 제감제의 탄소 저감 효과는 각 제품별로 저마다 다르지만 저메탄 사료 급여를 통한 저탄소 사양 관리는 큰 의미와 효과를 지닙니다. 탄소 배출량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엄격해질수록 이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들이 생겨날 수 있으며, 꼭 축산업이 아니라 해도 탄소를 줄이는 일은 전 산업군이 나아가야 할 시류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축산업에서 탄소 저감을 위한 사양 관리를 선제적, 자발적으로 행한다면 빠르게 국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린랩스 어스와 카길이 공동 개발한 저메탄 사료 '한우사랑그린'으로 사육하는 농가의 모습

극한 기상의 일상화 '뉴 노멀' 시대가 온다?!

지난 8월 25일 블룸버그 통신, 미 CNN 방송을 통해 보도된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 센터의 연구 결과는 꽤 절망적이었는데요. 올 여름 유럽을 휩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2035년이면 일상이 될 것이고, 2100년 중부 유럽의 평균 여름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4도 가량 높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기온 상승 상한선으로 정한 1.5~2도의 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파리기후협약: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들리 센터의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전 세계의 대응이 보다 철저하게 지켜져야 함은 물론,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을 목표로 하는 각국의 온실가스배출목표(NDC)를 이전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요. 온실가스의 배출 수치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기록적인 폭염, 거대한 산불, 심각한 홍수와 태풍과 같은 극한 기상이 앞으로 우리의 표준, 뉴 노멀(New Normal)이 될 지도 모릅니다.


폭염, 폭우, 홍수, 태풍, 가뭄, 산불 등의 극단적인 기후가 일상인 뉴 노멀 시대

기상 이변과 무더운 여름은 

사람들이 직장 정수기 앞이나 

가정의 저녁 식탁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 기후 변화를 끼워 넣게 만든다. 

다만 그러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경기 침체, 유행병, 테러 공격과 같은 

새로운 위기가 나타나 언론과 정치적 관심을 끈다.

<기후 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리베카 헌틀리, 호주의 사회과학자

우리는 이번 여름의 강렬한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의 가십거리에 어제의 재앙을 잊고 살다가는 언젠가는 내일의 날씨가 ‘기대’가 아닌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 없이 지속 가능한 지구는,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실천으로 인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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